Work Text:
...그렇게 됐다. 의무실에 찾아가니 의사 선생은 '이런 일은 매일 매시간 일어나지'같은 달관한 표정으로 주의문구만 속사포로 읊어주더니 나와 내 생소한 몸을 쫓아냈다.
"오." 벌써 소문을 듣고는 의무실 밖 복도에서 어슬렁거리던 오키타가 내 모습을 보더니 두 번 박수쳤다.
"오는 뭐가 오야! 오키타 변태! 싫어!" 가슴 앞에 팔로 X자를 그리며 소리쳤다.
오키타가 나보다 더 힘차게 소리쳤다.
"아이~예쁘다예쁘다! 우리 데이트해요!"
강아지를 대하는 건지, 친구와 놀자는 건지, 사귀자는 건지 모르겠잖아, 오키타 짱.
...뭐, 맨 마지막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현대로 레이시프트해서 길거리를 구경하다가, 아침인데 벌써부터 번쩍이는 불빛에 이끌려 축제가 열리는 공원으로 들어갔다.
...라기보단, 그냥 먹으러 온 거지? 벚꽃축제라는데 벚꽃은 멀리서나 희미하게 보이고 전부 푸드트럭이다. 양손에 팝콘과 회오리 아이스크림, 팔에는 타코야키 박스와 케밥 상자를 끼고 축제 인파에 치이다가 간신히 기적적으로 비어 있는 벤치에 도착했다.
"와, 저 사람, 불을 뿜는데."
"저거 노부도 할 수 있어요!"
"...아니, 그건 화약으로 하는 거니까 이거랑은 다르지! 로망이 없어!"
말로만 티격태격하며 벤치에 오징어처럼 늘어져서 오키타의 버터감자오징어를 뜯어먹다가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봄인데 뜸 들어 죽지 않겠느냔 생각에 몸을 일으켰다.
사람이 우글거리는 곳을 슬슬 피하니, 아까보다는 한적한 상가에 도착했다. 오키타가 가판대 앞에서 멈춰 서자 나도 뒤에서 목을 쭉 빼며 뭐가 있나 구경했다. (오키타와 키가 비슷해졌다니, 참혹하다.) 장신구가 반짝였다.
눈으로만 전부 빨리 살피고는 머리 장식을 하나 골랐다. 가격도 문제없을 정도면서 평균적으로 여자가 좋아할 만한 모양이니 딱 좋다.
내 옆에 붙은 오키타가 윽박질렀다. "사이토 씨가 좋아하는 걸 골라요!"
얘는 어떻게 그런 걸 안대. 눈치가 있을 때는 귀신보다 더한 짐승의 감이고 없을 때는 아주 그냥 지성 없는 짐승 같으니라고.
그보다도, 이거 내가 쓰는 거였어...? .......내가 쓰기에는 디자인이 과하다!
자연스럽게 슬금슬금 빠져나갈 생각을 했지만, 오키타는 내가 소매를 잡아끌어도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아~항복항복~.
"요즘도 비녀를 파네." 가판대 구석의 상대적으로 덜 반짝거리는 나무 비녀가 눈에 띄자 말했다.
"아, 이게 예쁘네요."
오키타가 만진 단풍잎 비녀를 별생각 없이 계산했다.
"이야~감사합니다, 요즘 세상에 현금을 딱 동전까지 맞춰서 주시는 분은 귀한데! QR이 너무 편해서 다들~"
상인이 뭔가 오래 주절거렸다. ...QR이 뭔데.
강이 흐르는 다리에 도달했을 즈음, 오키타가 나한테 뒤로 돌게 시켰다.
나는 눈만 데룩데룩 굴렸다.
"어...지금 해주게?"
하지만 밖이고? 사람들도 보고 있는데?
"제가 바로 칼데아의 미용사! 저는 거의 한평생을 머리 모양 연구에 바쳤다고요!"
콘도 씨 머리 전용 미용사도 미용사로 칠 수 있는 건가,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예엡 예엡, 잘 부탁드립죠, 미용사님."
오키타는 내 머리를 틀어 올리더니 드러난 목덜미에 손가락을 쿡 찔렀다.
"오~키~타~짱~?"
"하하!"
빈말은 아니었는지 신속히 끝난 머리 손질이 생소해 비녀만 만지작거리다가 뒤로 돌아서니, 벚꽃이 비처럼 쏟아졌다.
나는 흩날리는 벚꽃잎을 뒤로하고 해맑게 웃는 너를 무력하게 지켜봤다.
"...그러고보니 저기 트럭서 술 팔았지?! 칵테일 좋아하지, 오키타? 칵테일 마시러 가자!"
"와~좋아요!"
참고로 벚꽃 리큐르를 발견하고 주당이 되어버린 오키타는 돌아온 후에 재봉실에서 단풍잎을 주제로 한 후리소데를 하나 맞춰왔다. (왜 내 몸에 딱 맞는 거지? 수상쩍다.) 지메짱은 노인네여서 이런 어린애들의 옷은 부담스러워요, 오키타 짱. 나와 내 아츠 티셔츠를 살려줘.
